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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 성의 봐서라도 꼼꼼히”…‘송곳 질문’ 위해 이 대통령도 열공? [런치정치]

2025-12-16 12:00 정치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대도약하는 경제, 신뢰받는 데이터' 기획재정부(국세청·관세청·조달청)-국가데이터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 뉴시스)

지난주 목, 금 이틀간 생중계된 정부 부처 업무보고가 주말 내내 회자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송곳 질문 던지고 부처 담당자나 공공기관장이 즉답하는 모습이 생중계된 건 생소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전 정부 때 임명된 기관장을 질타하고, 위서라 평가받는 '환단고기'를 언급해 여야가 충돌하기도 했죠.

그런데 대통령실은 이렇게 말합니다. "수백개에 달하는 산하기관장 이름을 한 명 한 명 불러가며 현안을 날카롭게 질문할 수 있는 건 대통령도 그만큼 공부하고 왔기 때문"이라고요. 논란에도 대통령이 생중계를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요. 생중계로 진행되는 부처 업무보고를 위해 대통령은 어떤 준비를 했을까요.

"수백 페이지 업무보고 자료 다 읽어"

이 대통령의 송곳 질문들, 그냥 나온 건 아니었습니다. 한 참모는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역으로 생각해보면 대통령도 생중계로 진행되는 업무보고가 부담이지 않겠나. 부처도 얼마나 세심히 열심히 준비했겠나. 그 성의를 봐서라도 짬 날때마다 사전 보고 내용 꼼꼼하게 읽어보고 들어온다"고요. 대통령도 나름의 철저한 준비를 한다는 것입니다.

"공무원들도 밤 새면서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당연히 자료들은 기본적으로 다 보고 들어와야 하지 않겠냐"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란 거죠. 수십 페이지에서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부처 업무보고 자료는 물론 산하기관 보고 자료까지 일일이 다 읽고 들어온다는 게 대통령실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업무보고 말미에 항상 이 대통령이 하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더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 없어요? 열심히 실무국장, 과장들 준비했을 텐데 할 말 없어요?"라고 발언 기회를 주는 거죠. 공무원들이 대통령을 직접 대면할 기회도 흔치 않은 데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활약할 판을 깔아준다라는 판단도 깔렸다고 합니다.

보고자료를 꼼꼼히 체크하는 습관은 일상 업무 때도 묻어나옵니다. 참모들이 현안점검회의를 하면 거기에 별첨 자료까지 첨부해서 이 대통령에게 보고를 올린다고 합니다. 대통령은 별첨 자료까지 일일이 다 읽어보곤 나중에 참모들에게 "이건 어떻게 된 것이냐, 앞뒤가 잘 안맞는데"라며 돌연 질문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참모들은 긴장한다는 후문입니다.

"진보 진영 기관장도 질타, 보수 솎아내기 아냐"

부처 업무보고에서 논란이 된 사안 중 하나는 유독 전 정부 때 임명된 인사들에게 가혹한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죠. 대표적 인물이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이었습니다. 외화 밀반출 예방 대책을 물으며 주고받았던 질의응답 과정이 면박, 조롱처럼 비치면서 정치권 공방으로 번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억울하다는 반응입니다. 전체 생중계를 보면 보수 진영 뿐 아니라 진보 진영 기관장들에게도 심한 질타를 쏟아냈다는 건데요. 대표적인 인물이 민주당 의원 출신인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입니다. 대통령이 "30년째 (청은 계획만) 하고 있는데 일종의 희망고문"이라며 대놓고 면박을 줬기 때문이죠.

김 청장이 제대로 된 답을 못하자, 이 대통령은 실무자를 찾았고 "정치적으로 비난받을 것 같으니 애매모호하게 있는 상태 아니냐. 정리할 부분은 정리해야 한다"며 나무라기도 했습니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대통령이 구체적이거나 정확하지 않게 이야기하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고 설명하는데요. 꺼리는 답변 스타일이 있을 뿐, 특정 진영 솎아내기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질타만 있던 것도 아닙니다. 업무보고 과정에서 '콩 GPT'란 별명을 얻은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에게는 극찬이 이어졌는데요. 먹거리로 관심이 많은 대두와 옥수수 유전자 변형 여부, 수입농산물 비중을 질문하자 명쾌하게 대답해 이 대통령이 흡족해했다는 후문입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만큼 생중계 업무보고라는 자리가 스타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준비가 안 된 공직자는 실력의 티가 난다"며 "대통령이 경기지사 때도 비슷한 형태로 업무 전문성 있는 사람을 발굴해왔다"고 했습니다.

"전 정부 임명 공공기관장은 여전히 벌벌"

부처 공무원이나 실국장보다 더 공포에 떠는 사람들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부처 밑에 있는 수십 개의 산하기관장들인데요. 대부분이 전 정부 때 임명된 인사들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송곳 질문에 더 긴장할 수밖에 없는 거죠.

"임기는 언제까지죠?" "언제 임명되셨죠?" "뭐하는 기관이에요?" 이런 대통령의 질문들이 이 인사들에게는 위협적으로 다가올수밖에 없다는 후문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각 부처들을 뒷받침하는 게 산하 공공기관들이고 하나하나 일일이 점검해야 업무 효능도도 높아진다"고 했습니다. 더욱이 대통령이 직접 산하기관장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는 게 가벼운 의미는 아니라는 거죠.

"이번주 부처 업무보고, 계속 생중계"

대통령실은 생중계로 진행되는 부처 업무보고를 이번주도 그대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지엽적 논란이 있지만 크게 보면 실보다 득이 더 많다는 판단이라는 데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을 국민에게 고스란히 알리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나쁜 게 아니다"라며 "질타 장면들을 보고 국민 전부가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생각하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이렇게 현안을 하나하나 체크하는 모습을 공개하면서 국정 주도권과 이슈 주도권을 쥐고 갈 수 있다는 거죠.

이 대통령 역시 이 생중계 진행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고 합니다. 당장 오늘(16일) 오후 예정된 보건복지부, 식약처, 문화체육관광부, 권익위원회에서도 어떤 질답이 오갈지 관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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