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고노 다로(河野太郎·62) 의원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진행된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간 중단된 셔틀 외교에 대해 “금방이라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하며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 체제하의 한일 관계를 낙관적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이 대통령이 과거 일본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것에 대해서도 “지금 어떻게 생각하는 지가 중요하다”며 문제될 것이 없음을 강조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외상(2017~2019년), 방위상(2019~2020년) 등을 지낸 고노 의원은 1993년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처음 인정하는 '고노 담화'를 발표한 고노 료헤이(河野洋平·88) 당시 관방장관의 아들입니다.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자신의 ‘고노 담화’를 낸다면 어떤 메시지를 담겠냐는 질문에는 “한일 관계가 좋아져 더 (담화를 낼)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일 간 협력 방안 아이디어로 서울 김포공항과 도쿄 하네다공항 간 사전입국심사제를 추진할 뜻을 밝혔습니다. 고노 의원은 “비행기를 타기 전 서로의 공항에서 출입국 수속을 끝내면 입국 후 곧바로 나갈 수 있지 않겠냐”며 “진지하게 검토해야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도 한일 협력을 통해 한미일 연계를 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방법으로 한일 조선(造船) 협력을 꼽은 고노 의원은 "한국과 일본이 조선 능력을 미국에 제공하고 미국 해군의 확대 계획을 지원해주는 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 논의를 하면서 미국에 대해 어떻게 마주해나갈 수 있을지 양국이 제대로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2021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했던 고노 의원은 당시 이시바 후보와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후보와 손을 잡고 고이시카와(小石河) 연합을 이끌어낸 바 있습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과와는 지금까지도 좋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17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중의원회관에서 이뤄졌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는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입니다. 이 시기에 아버지의 '고노 담화'가 아닌 아들 고노 의원의 '고노 담화'를 낸다면 양국에 어떤 메시지를 낼 것 같습니까.
"그런 건 더 필요 없지 않을까요. 일본과 한국의 왕래도 늘었고, 젊은 세대는 K팝이라든지 또는 일본의 다양한 문화라든지 즐기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양국 간에 좋은 관계를 유지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교정상화 30주년 직전(1993년)에 아버지는 '고노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지금 아버지의 담화에 대해 어떻게 평가합니까.
"당시 관방장관(아버지)의 성이 고노(河野)였기 때문에 '고노 담화'라고 말을 합니다만 그건 일본 정부의 관방장관이 낸 관방장관 담화이기 때문에 역대의 정부가 계승을 하고 있어서 더 더할 것도 바꿀 것도 없다고 봅니다.
-한국은 윤석열 정권에서 이재명 정권으로 바뀌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처럼 양국 관계가 다시 냉각되지 않을까 우려도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제가 외상이었습니다만 '카운터 파트너'였던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과는 아마 외무장관들 가운데 가장 좋은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오부치-김대중 파트너십 선언 20주년이었기 때문에 일본 측도 TF를 만들고, 한국에서도 TF를 만들어서 양국이 함께 뭔가를 하려고 했습니다.
다만 그 당시(2018년) 한국의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로 양국 관계가 몹시 나쁘게 된 것은 대단히 아쉽게 생각합니다. 그건 문 정부라기보다는 한국 사법이 원인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진보 진영의 대통령 때문이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이번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와도 전화로 얘기를 했습니다만 새 정권에서는 일한 관계(일본에서 한일 관계를 부르는 방식)를 대단히 중요시한다, 그런 메시지를 첫 연설에서도 대통령이 해주셔서 양국 관계에 대해 저는 대단히 낙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민석 후보자와 6월 4일에 전화를 했는데 한일 관계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없나요.
"개인적 통화의 내용을 외부로 말씀을 드리지는 않습니다만, 김 후보자도 옛날부터 일한관계를 대단히 중요시하는 사람이었고 그런 분이 총리가 된다면 양국 관계는 대단히 우호적인 관계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 후보자와 인연은 30년 정도 됩니다. 서로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친구로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도 "한일은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하며 이른바 '실용 외교'를 강조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미 국민 간 왕래는 빈번해졌고, 서로 간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점점 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정부도 그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해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는 중단 됐습니다. 언제 재개할 수 있을까요.
"금방이라도 재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정권이 바뀌었으니까 여러 가지 바쁜 일도 있겠지만 시작하려고 한다면 언제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시바 총리는 이 대통령과 (관계를) 잘 해 나갈 것으로 생각합니까.
"이시바 총리는 대단히 의리와 인정이 깊고, 소신이 있는 분이기 때문에 일한 관계를 좋은 관계로 잘 만들어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이시바 총리에게 한국 및 한일 관계 관련해 조언한 것이 있나요.
"아닙니다. 총리는 '이시바 외교'라는 것을 구축하고 있으니까 총리의 생각대로 제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통령은 과거 일본에 비판적인 발언도 했습니다. 자민당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떻습니까.
"사람은 여러 상황에서 여러 발언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과거의 것을) 문제 삼아도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최근 주일한국대사관 주최의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국회의원 가족의 모임'에도 출석했습니다. 이런 모임에 편하게 참석할 수 있을 정도로 한일 관계가 개선됐다는 인식이 자민당 내에서도 공유되고 있나요.
"일한 관계가 나빠져도 개인적인 우호 관계가 전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지금의 주일한국대사와도 여러 기관을 통해서 소통을 해왔습니다. 앞으로도 (양국 간) 다소 잔잔한 물결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그 부분에서는 큰 영향이 없을 거라고 봅니다."
-외상 시절에 민간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협력안이 필요할까요.
"과거 일한 간에 소위 FTA(자유 무역 협정) 같은 장벽을 없애자는 얘기를 양국 정치인들끼리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신분증만 갖고도 양국을 왕래할 수 있거나 김포-하네다 공항 끼리 사전 입국 심사제 도입, 변호사나 의사 면허 상호 인정 등 여러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현재 김포-하네다 등에서 한일 전용입국심사대가 6월 한 달 간 시범 운영 중인데 연장을 희망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전 입국 심사를 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했는데 일본 측 입국관리관 수가 부족하다고 해서 안타깝게도 못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한국에서 일본으로 오는 분들이 많을 정도니까 일본의 입국 수속을 더 쉽게 하는 것은 진지하게 검토해야 된다고 봅니다. 입국 심사를 (더 간단히) 어떻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문제 의식을 일본 측에서 가지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입국관리청과도 상의해서 여러 가지 일을 해보고자 합니다."
-자민당 중진 의원으로서 강하게 추진할 생각이 있으십니까.
"입국 문제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확실하게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6월 한 달 (한일 전용 입국심사대를) 하고 있으니까 그걸 일단 테스트해보면 좋겠습니다."
-과거 방위상도 했는데, 트럼프 정권 하에서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의 얘기가 나옵니다. 주한미군, 주일미군 공통의 과제라고 봅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외무상 시절에도 주한미군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얘기가 백악관에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세계정세를 보면 미국이 동아시아에 제대로 헌신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해군이 여러 계획을 가지고는 있습니다만, 미국에 그만큼의 조선 능력이 없는 현실에서 예를 들어 일본과 한국이 조선 능력을 미국에 제공하고, 미국 해군의 확대 계획을 지원해주는 일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함으로써 미국이 동아시아에 제대로 헌신해 나가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봅니다. 그 점은 일본과 한국이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만들기 위한 고노 다로 의원의 구상은 무엇입니까.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들 간 교류가 활발해지는 것인데 그것은 정치가 가만히 있더라도 (자연스럽게) 활발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과 한국은 동아시아의 세계정세 속에서 이해 관계를 공유할 수 있는 사이이기 때문에 정치인들 간에도 솔직하게 여러 얘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치인과 얘기를 하다 보면 상대 쪽(한국)이 일본어로 말하거나 두 사람이 영어로 대화할 때가 많습니다. 사실은 우리 쪽(일본)에서도 한국어를 할 줄 알아야 하는 부분도 있는데, 꽤 (한국어) 발음이 어렵습니다. 읽거나 쓸 수는 있어도 발음이 쉽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한일 관계가 좋아져도 과거사 문제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역사니까 서로 보는 것이 다를 수 있습니다만 사실관계라는 것, 무엇이 벌어졌는지는 분명한 것이니까요. 그것을 잊지 말고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역사 문제로 일한관계가 전진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도쿄=송찬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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